"급하게 목돈이 필요한데,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으면 답은 둘 중 하나입니다. 되거나, 안 되거나. 중간에 "사정을 봐서"는 없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회사와 상의해서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이 정해 둔 사유 목록에 내 상황이 들어 있는지를 판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도는 사유 목록 중 상당수가 틀려 있습니다. 특히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는 중간정산 사유로 소개되는 일이 많은데, 조문을 직접 찾아보면 그 목록에 없습니다.
저도 시행령 조문을 처음 펼쳤을 때 세 항목이 안 보여서 한참을 다시 읽었습니다. 안 보이는 게 맞았습니다. 그건 다른 제도의 사유였습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조문 그대로, 내 사유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는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조건, 법정 사유에 해당할 때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조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제1항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부담, 일정 금액을 넘는 의료비, 파산선고,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 임금피크제, 소정근로시간 단축, 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고시로 정한 재난 피해가 그 목록입니다. 목록에 없는 사유로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퇴직금은 퇴직할 때 받는 급여를 말하고, 중간정산은 그 돈을 퇴직 전에 미리 정산해서 받는 것을 뜻합니다. 근거 조문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이고, 구체적인 사유는 시행령 제3조제1항에 위임돼 있습니다.
이 시행령은 2026년 3월 24일 시행분(대통령령 제36220호)이 현재 기준입니다.
한 가지 먼저 짚고 갑니다. 인터넷 글마다 "중간정산 사유 7가지"라고도 하고 "9가지"라고도 합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조문은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인데 중간에 제6호의2, 제6호의3이 끼어 있어서, 호 단위로 세면 아홉 갈래가 됩니다.
개수를 외우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목록 자체이고, 더 중요한 것은 내 사유가 그 안에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퇴직금 자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제1항 단서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를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를 퇴직급여제도 적용 대상에서 빼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면 중간정산 이전에 퇴직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택 구입과 전세보증금, 전세는 한 회사에서 한 번뿐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사유 두 가지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붙어 있는 조건이 다릅니다.
| 구분 | 조문 | 핵심 요건 | 횟수 제한 |
|---|---|---|---|
| 주택 구입 | 시행령 제3조제1항제1호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 | 없음 |
| 전세금·보증금 | 시행령 제3조제1항제2호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 목적으로 민법 제303조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보증금을 부담 | 하나의 사업에 근로하는 동안 1회 한정 |
"1회로 한정한다"는 단서는 전세금·보증금 사유에만 붙어 있습니다. 주택 구입 사유에는 그 문구가 없습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됩니다. 전세 계약은 2년마다 돌아오는데,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전세 사유로 두 번째 중간정산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재계약이든 이사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하나의 사업에 근로하는 동안"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합니다. 회사를 옮기면 그 회사에서는 다시 처음입니다.
두 사유 모두 무주택자여야 합니다. 배우자 명의 주택이 있는 경우처럼 판정이 애매한 상황은 회사 인사팀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에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무주택 여부는 회사가 임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빙으로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의료비 사유는 요건이 두 개입니다, 6개월 요양과 임금총액 12.5%
의료비 사유는 상위 노출 글에서 가장 뭉뚱그려 설명되는 항목입니다. "큰 병에 걸리면 된다" 정도로 적힌 글이 많은데, 조문은 그렇게 느슨하지 않습니다.
시행령 제3조제1항제3호는 세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첫째, 대상이 정해져 있습니다. 근로자 본인, 배우자, 그리고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양가족입니다.
둘째,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나 부상이어야 합니다. 치료 기간이 짧으면 금액이 아무리 커도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셋째, 그 의료비를 근로자 본인의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초과해 부담해야 합니다. 1천분의 125는 12.5%입니다.
세 번째 요건이 실제 판정선입니다. 연간 임금총액이 4,000만원인 근로자라면 12.5%는 500만원이고,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가 그 선을 넘어야 사유가 성립합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병원이 청구한 총액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입니다.
부모님 요양이 길어지면서 비용 구조 자체를 다시 따져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설을 고르는 단계라면 요양원과 요양병원 비용 차이를 먼저 비교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본인부담 구조가 달라서 같은 기간을 지내도 부담액이 크게 벌어집니다.
요양 기간 기준이 법마다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6개월 이상 요양을 말하지만, 세금 쪽 규정인 소득세법 시행령은 3개월 이상 요양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숫자를 섞으면 판정이 틀어집니다.
파산·개인회생·임금피크제·근로시간 단축은 어떻게 판정하나요
나머지 사유는 판정 기준이 각각 다릅니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사유 | 조문 | 판정 기준 |
|---|---|---|
| 파산선고 | 제3조제1항제4호 | 신청일부터 거꾸로 계산해 5년 이내에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 개인회생 | 제3조제1항제5호 | 신청일부터 거꾸로 계산해 5년 이내에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
| 임금피크제 | 제3조제1항제6호 | 사용자가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정 나이·근속시점·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
| 소정근로시간 단축 | 제3조제1항제6호의2 |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단축하고, 단축된 시간으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
| 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 제3조제1항제6호의3 | 법률 제15513호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감소되는 경우 |
| 재난 피해 | 제3조제1항제7호 |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
파산과 개인회생에서 자주 틀리는 부분은 기산점입니다. "5년 안에 신청해야 한다"가 아니라,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을 기준으로 거꾸로 5년을 세어 그 안에 결정을 받았는지를 봅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임금피크제 사유는 정년 연장·보장이 전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임금이 깎였다고 해서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여야 합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사유는 시간 요건과 기간 요건이 둘 다 있습니다. 하루 1시간 또는 주 5시간 이상을 줄여야 하고, 그 상태로 3개월 이상 계속 일하기로 합의해야 합니다.
재난 피해 사유는 조문이 구체적인 내용을 고용노동부장관 고시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고시 내용까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재난을 이유로 신청하려는 경우라면 고시에 정해진 재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관할 고용노동청에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는 중간정산 사유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 가장 먼저 바로잡고 싶은 대목입니다.
대학등록금, 혼례비, 장례비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 목록에 없습니다. 시행령 제3조제1항 어느 호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검색해 보면 이 세 가지를 중간정산 사유로 적어 둔 글이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9가지 사유"라고 소개하면서 목록 안에 끼워 넣은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착오가 반복될까요. 그 세 가지가 실제로 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있는 자리가 다릅니다. 같은 시행령이지만 제2조, 즉 퇴직연금 수급권 담보제공 사유입니다.
- ⭕ 중간정산(시행령 제3조) → 퇴직금을 미리 받아서 쓰는 것
- ❌ 담보제공(시행령 제2조) → 퇴직연금 적립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는 것 —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가 있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돈이 나오는 방식이 다릅니다. 하나는 내 퇴직금을 헐어 쓰는 것이고, 하나는 빌리는 것입니다. 갚아야 하는지 아닌지가 갈립니다.
그래서 이 오해가 위험합니다. 대학등록금을 이유로 중간정산을 신청하면 회사는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에 없는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회사가 안 해 준다"고 받아들이면 실제로 쓸 수 있었던 다른 길을 놓치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야 할 제도가 다릅니다.
중간정산·중도인출·담보제공, 내 제도가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앞의 오해가 생기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제도가 셋인데, 각각 다른 조문에 다른 목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제도 | 근거 조문 | 누구에게 적용되나 | 돈의 성격 |
|---|---|---|---|
| 퇴직금 중간정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 퇴직금제도 가입자 (퇴직연금 아님) | 미리 정산해서 받는 돈 |
| DC 중도인출 |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 | 적립금에서 빼는 돈 |
| IRP 중도인출 |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제2항 |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 | 적립금에서 빼는 돈 |
| 담보제공 |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 퇴직연금 가입자 | 수급권을 담보로 빌리는 돈 |

첫 단추는 "내가 퇴직금제도인가, 퇴직연금인가"입니다. 회사가 퇴직연금(DB·DC)에 가입해 뒀다면 애초에 중간정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DC 가입자라면 중도인출이고, 이건 시행령 제14조의 목록을 봐야 합니다. IRP에서 돈을 빼는 문제도 마찬가지로 중도인출 사유 목록이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세 목록은 같지 않습니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중간정산에만 있습니다. 중도인출 목록에는 없습니다. 반대로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목적 인출은 중도인출 쪽에는 있지만 중간정산에는 없습니다.
내 급여가 어느 제도로 쌓이고 있는지는 회사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 안내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가 갈리면 이후 판정이 전부 어긋나므로, 사유를 찾기 전에 제도부터 확인하십시오.
사유에 해당해도 회사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대목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지급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지급할 수 있다"입니다.
법 조문에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을 뜻합니다. 즉 법정 사유에 해당해도 회사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사유를 완벽하게 갖춰 증빙까지 붙여 신청해도, 회사가 거절하면 그것이 법 위반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구조를 모르고 신청하면 거절당한 순간 회사와 정면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중간정산은 근로자의 권리가 아니라, 사유가 갖춰졌을 때 회사가 허용할 수 있는 예외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대로 회사 쪽에 걸리는 의무도 있습니다. 시행령 제3조제2항은 사용자가 중간정산을 해 준 경우, 근로자가 퇴직한 후 5년이 되는 날까지 관련 증명 서류를 보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산점을 눈여겨보십시오. 정산한 날부터 5년이 아니라, 그 근로자가 퇴직한 후 5년입니다. 근속이 길면 보존 기간도 그만큼 길어집니다.
이 보존 의무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뒤에서 볼 세액정산 특례 때문에, 근로자도 자기 몫의 서류는 따로 챙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정산하는 순간 근속연수가 새로 시작됩니다
제8조제2항에는 앞에서 인용하지 않은 후단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중간정산을 받는 순간 계속근로기간이 그 시점에서 0으로 초기화됩니다.

같은 회사에 계속 다녀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을 일할 사람이 10년째에 중간정산을 받으면, 최종 퇴직할 때의 계속근로기간은 20년이 아니라 10년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퇴직소득세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공제를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가 커지는 구조라, 근속이 둘로 쪼개지면 한 번에 20년을 인정받았을 때보다 세금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공제 금액과 계산 단계는 퇴직소득세 쪽 주제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중간정산이 근속연수를 끊고, 그 끊김이 세금 계산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방향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받는 금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줄어드는 것은 나중에 남을 돈과 노후 재원입니다. 목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쓰임이 정해져 있어도 흘러나가기 쉽고, 다시 퇴직급여 계좌로 되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끊긴 근속연수를 잇는 장치,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
그렇다면 한 번 끊긴 근속연수는 영영 못 잇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세법에 이를 위한 장치가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148조(퇴직소득에 대한 세액정산 등)는, 퇴직자가 퇴직소득을 받을 때 이미 받은 퇴직소득의 원천징수영수증을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제출하면, 원천징수의무자가 이미 지급된 퇴직소득과 앞으로 지급할 퇴직소득을 합산해 정산한 세액을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중간정산으로 나눠 받은 퇴직소득을 한 덩어리로 묶어 다시 계산해 주는 제도입니다. 근속연수도 합쳐서 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자동이 아닙니다.
조문이 "원천징수영수증을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제출하는 경우"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즉 내가 서류를 내야 작동합니다. 회사가 알아서 챙겨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 결론은 단순합니다. 중간정산을 받았다면 그때 받은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반드시 보관하십시오. 최종 퇴직할 때 그 종이 한 장이 있느냐 없느냐로 세금이 달라집니다.
참고로 중간정산금도 연금계좌로 받는 길이 있습니다. 소득세법 제146조제2항은 퇴직소득이 퇴직일 현재 연금계좌에 있거나 연금계좌로 지급되는 경우, 또는 퇴직하여 지급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연금계좌에 입금되는 경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중으로 미루는(과세이연) 구조입니다.
계좌를 어디에 열지 고민 중이라면 증권사 IRP 계좌개설과 수수료 조건을 먼저 비교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IRP라도 금융기관마다 수수료 구조가 다릅니다.
중간정산으로 노후 재원이 줄었다면, 연금 계좌는 무엇을 비교해야 하나요
중간정산을 받고 나면 퇴직급여 잔고는 그 시점에서 다시 쌓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정산 이후에 실제로 마주치는 질문은 "줄어든 노후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다시 쌓을 것인가"입니다.
이 단계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대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그리고 만기가 정해진 채권형 자산입니다. 다만 상품을 고르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돈을 빼 쓸 수 있는 조건입니다. 연금계좌는 세제 혜택이 붙는 대신 중도에 깨면 그 혜택이 되돌아 나가는 구조라, 중간정산으로 이미 한 번 목돈을 쓴 상황이라면 다시 묶는 돈의 비중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받을 때의 세금도 미리 계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을 때와 한꺼번에 받을 때의 세 부담이 다르므로, 연금소득세 2026년 세율을 먼저 보고 수령 방식을 정하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원금 보존을 우선한다면 개인투자용 국채 세후 수령액처럼 만기와 세후 금액이 미리 계산되는 상품과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남은 근속기간·소득 수준·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따라 갈립니다. 특정 상품이나 금융기관을 정해 두고 시작하지 마시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과 국세청 안내에서 조건을 확인한 뒤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정 사유를 다 갖춰 신청했는데 회사가 거절했습니다. 노동청에 진정하면 되나요.
거절 자체를 이유로 한 진정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2항이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사유가 갖춰졌다는 사실이 곧 회사의 지급 의무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중간정산 절차와 지급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그 내부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판단이 서지 않으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으로 상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Q. 전에 전세 사유로 한 번 중간정산을 받았습니다. 이번 재계약 때 또 받을 수 있나요.
같은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다면 전세금·보증금 사유로는 어렵습니다. 시행령 제3조제1항제2호가 "근로자가 하나의 사업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약인지 신규 계약인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단서는 전세금·보증금 사유에만 붙어 있으므로, 이번에 무주택 상태에서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제1호 사유로 별도 판정을 받습니다. 두 사유는 서로 다른 호이고 횟수도 따로 셉니다.
Q. 배우자 수술비로 큰돈을 썼습니다. 의료비 사유가 되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첫째,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이나 부상이어야 합니다. 수술 금액이 크더라도 회복 기간이 짧으면 이 요건에서 걸립니다. 둘째,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 즉 12.5%를 넘어야 합니다. 보험금으로 돌려받은 부분은 본인 부담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진료비 영수증과 보험금 지급 내역을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판정이 애매하면 회사 인사팀보다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서 확인하는 쪽이 정확합니다.
Q. 회사가 퇴직연금(DC)에 가입돼 있는데 중간정산을 신청하면 되나요.
그 경우에는 중간정산이 아니라 중도인출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퇴직금제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절차이고, 확정기여형(DC)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4조,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제2항이 각각 별도의 인출 사유를 정해 두고 있습니다. 목록이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임금피크제와 소정근로시간 단축처럼 중간정산에만 있는 사유가 있으므로, 신청서를 쓰기 전에 내 제도가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하십시오.
Q. 오래전에 중간정산을 받았는데 원천징수영수증을 잃어버렸습니다.
소득세법 제148조의 세액정산 특례는 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작동하므로, 서류부터 다시 확보해야 합니다. 당시 지급한 회사가 원천징수의무자이므로 그 회사에 재발급을 요청하는 것이 첫 번째 경로입니다. 회사가 폐업했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국세청 홈택스에서 지급명세서 기준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시고, 조회가 안 되면 국세상담센터에 문의해 확인 가능한 서류가 무엇인지 안내받으시기 바랍니다.
정리 — 신청서를 쓰기 전에 확인할 네 가지
퇴직금 중간정산 조건은 결국 판정의 문제입니다. 순서대로 짚으면 이렇습니다.
✅ 첫째, 내 제도가 퇴직금인지 퇴직연금인지 확인합니다. 퇴직연금이면 중간정산이 아니라 중도인출이고, 봐야 할 조문 자체가 다릅니다.
✅ 둘째, 내 사유가 시행령 제3조제1항 목록에 실제로 있는지 확인합니다.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는 그 목록이 아니라 담보제공 쪽입니다.
✅ 셋째, 사유에 붙은 단서를 확인합니다. 전세는 한 회사에서 1회 한정이고, 의료비는 6개월 요양과 임금총액 12.5%를 둘 다 넘어야 합니다.
✅ 넷째, 회사가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신청합니다. 법은 "지급할 수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중간정산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이 글이 드리기 어렵습니다. 노후 재원이 줄고 근속연수가 끊기는 것은 분명한 손실이지만, 당장의 주거나 치료가 급한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결정하기 전에 끊긴 근속연수를 잇는 세액정산 특례가 있다는 것과 그 특례가 원천징수영수증을 제출해야 작동한다는 것만큼은 알고 계시는 편이 낫습니다.
퇴직 이후의 고정비도 함께 점검해 두시기 바랍니다. 퇴직하는 순간 건강보험 자격이 바뀌면서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퇴직 후 건강보험료 줄이는 방법을 미리 확인해 두면 자금 계획을 세우기 쉬워집니다.
이 글의 조문 내용은 2026년 9월 22일 기준이며, 근거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같은 법 시행령·소득세법 원문입니다. 시행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신청 전에는 조문 원문과 고용노동부 안내를 다시 확인하시고, 개별 사안의 판정은 관할 고용노동청이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